천년의 금서
저 김진명 / 새움 / 2023.01.16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3.02.10 ~ 02.13 (5시간 1분)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접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익히 알고 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고 가슴 벅참을 느꼈던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가슴 한 켠에 남아 기억되고 있다. 그 뒤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지 못했다. 이유는 따로 없었다. 그냥 후속작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읽을 책을 찾다가 김진명 작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책이 ‘천년의 금서’를 알아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김진명 작가의 이름 석자를 기억해 냈고, 다른 책을 고를 새도 없이 바로 서재에 쟁여 놓고, 읽던 책을 후딱 해치운 후 읽어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기회를 나에게 제공한 소설로 소개하고 싶다.
나에게는 다소 익숙치 않은 부분이고, 그동안 학교에서 배워 온 대한민국의 역사 공부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들이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럴 것이 김진명 작가는 우리의 모든 아픔 기억, 즉 잊어버릴 듯한 대한민국의 역사의 한 면을 들추어내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힘을 읽는 이를 통해 통쾌함을 안겨 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소설 ‘천년의 금서’에서도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통쾌한 서사로 마무리하고 있다.
나 조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대한(韓)민국의 ‘한’은 어디서 왔는지, 한국인으로서 살아오면서 그 뜻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관심조차 가지지 못했던 나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한(韓)의 기원과 뿌리를 찾아가는,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소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이라는 이름은 기록상으로 처음 등장하는 건 기원전 3세기 무렵이며, ‘한’이라는 국호는 기원전 9세기 무렵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고대국가는 고조선으로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일본인들이 그어놓은 선에 넘어가지 못한 채 알고 있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서문을 통해 김진명 작가는 ‘한’을 찾아가는 여정을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년의 금서’는 ‘한’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다양한 복선을 깔아놓고, 미스테리 또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소설의 초반에 여교수 김미진의 의문의 자살사건과 그의 오랜 친구이면서 주인공인 이정서는 김미진의 죽음에 의문 품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게 되고, 행방이 묘연한 한은원 교수를 찾아 중국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한은원교수를 찾아다니면서 알게 되는 대한민국 역사의 비밀인 ‘한’을 찾아 동분서주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인물들에 연관성을 부여하게 되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생산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조금더 서사적이거나, 인물들과의 갈등과 음모,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한다. 김미진 교수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서 파혜쳐 가는 과정의 아쉬움, 초반에 등장하는 목형사의 역할이 너무 없었다는 점, 한은원 교수가 중국의 세미나장에서 이정서 앞에 나타나는 장면은 조금은 더 극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진행 속도가 빠르다 보니 좋은 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함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보니 긴장감이나 흥미 또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의 없이 좋은 점도 이 소설의 매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진실의 근원인 ‘한’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작가 사유적 상상력이 동원되어 소설화되었다는 점에서만 본다면 김진명 작가의 대단한 필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중고등 교육 또는 대학교육에서 배우는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역사이기에 남에게 의존적인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역사이기에 생각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을 통해서 한번더 우리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김진명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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