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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파우스터'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고발하고, 인간의 자율의지와 개인의 의미를 심도있게 파헤친 소설

kimdirector 2023. 3. 3. 12:29 

 

 

 

 

파우스터

저 김호연 / 위즈덤하우스 / 2019.04.19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3.02.21 ~ 02.27 (14시간 29분)

 

 

 

 


 

 

 

 

김호연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불편한 편의점’과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으면서부터다. 그렇게 동네 시리즈로 나에게는 친숙하고 다정하게 다가 온 작가이면서 위에서 나열한 소설에서 느껴진 것 또한 우리의 일상에서 친숙함이 있어서 유쾌하게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간직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소설 ‘파우스터’를 읽으면서 김호연 작가의 새로운 면을 접하게 된 소설이다. 이전까지의 친숙하고 따스함이 아닌 왠지 다른 결을 느끼게 되었고, 낯설게 다가왔다는 점이 맞을 듯싶다. ‘파우스터’는 앞서 얘기한 소설들 중에서 ‘망원동 브라더스’를 제외하면 이전에 출간된 소설이라는 점이 김호연 작가의 세계관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느껴질 법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파우스터’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파우스터는 누군가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사람을 말하고, 파우스트는 특정인을 조종한다는 말을 담고 있다. 이 소설 속에는 조종당하는 파우스터와 파우스터를 조종하는 파우스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내용 또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하게 된다. 주인공격인 박준석은 프로야구 선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목표인 파우스터이고, 파우스터 박준석의 파우스트인 이태근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태근은 국내에서도 거물급으로 통하는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박준석이 야구선수로 성장하기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며,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도록 10여 년 동안 조종하게 되지만, 박준석은 그 사실을 모르며, 오로지 메이저리거로써의 꿈을 향 해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차 사고를 겪으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누구인지 모를 파우스트와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

 

또한 파우스트인 남선은 화가가 목표인 은민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꿈은 꿈일 뿐이라고 아르바리트를 하며 힘겨운 생활을 하며 살아가지만, 파우스트인 남선은 파우스터로 은민을 지목하면서 은민은 신인 화가로써 성장하게 된다. 첫 전시회 때 박준석이 은민을 찾아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고 많은 상실감과 불안 증세로 인해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박준석에게 토로하며 해외로의 도피를 계획하게 된다. 파우스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화가로써의 삶을 포기한 채 오로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극 초반에는 경이라는 여자가 등장하고, 박준석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선진그룹 회장인 최형식 또한, 이태근에게 죽임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박준석과 함께 이태근에게 복수하기로 하지만 결국 이태근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경이라는 인물은 극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끌며, 초반부의 지루함을 덜어 줄 인물로 긴장감을 중 후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정된 인물로 보인다.

 

결국, 극의 흐름의 중 후반부는 이태근과 박준석, 그리고 이태근과 남선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며 긴장감을 더욱 배가 시키며 진행된다. 그 속에는 이태근과 남선의 숨길 수 없는 암투가 그려지고, 서로 얾키며, 복잡한 대결구도로 이어진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현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긴장감과 몰입감, 그리고 스펙터클한 총격씬과 액션씬은 대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는 스토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또한 1인층 시점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과의 갈등이 심도 있게 그려지고, 주요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장황되게 설명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파우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조금은 극의 흐름이 가끔 끊기는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와 몰입감을 위한 장치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설정이라 볼 수 있을 듯하다.

 

‘파우스터’는 인물들과의 복잡한 심리를 파우스트와 파우스터라는 관계 설정으로 인해 심도있게 그려지는 스토리 라인으로 후회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자유의지로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소설 속의 관계에서 처럼 누군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 조종당하고 타인을 조종한다면 그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그리고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된다면 과연 그 사회는 진정한 삶이 살아가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결국 유토피아적 세계보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파우스트는 파우스터를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얻는다. 파우스트는 파우스터들의 일상적인 삶과 일, 그리고 젊음이라는 것들을 통해 파우스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파우스터들의 인생을 통제하며 오로지 파우스트를 위한 삶을 살게 된다. 파우스터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런 삶이 아닌 타인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망각하게 된다. 이런 의미로 책 속의 후반부 내용 중에 파우스터로써의 이태근에게 파우스트인 또 다른 인물이 하는 말을 소개해 본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가만있질 않으니까. 신이 그렇게 프로그래밍해놓았지. 제대로 된 인간이건 한심한 인간이건 살아 있는 한 자기 몸뚱이를 움직여 주변과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지구에 인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엉망이진 않았을 거야.”
- 파우스터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이야. 늙으면 기력이 쇠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자연의 명령인 거야. 하지만 인간은 늘 저항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은 곧 죽고 말거든. 헤엄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어떤 물고기들처럼. 우리 인간은 죽는 그날까지 존재의 어리석음을 가동해 세상에 해를 입히지.”
- 파우스터 중에서

 

 

인간이라는 사실이 비관적인 존재로 비쳐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늙으면서도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생각과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옮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살아있는 자체가 주변에 그리고 타인에게 해악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죄악이기 때문에 파우스트가 되어서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 소설의 또다른 의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했다고 했다. 파우스트는 극 중 주인공이며, 선과 악마의 대립 속에서 파우스트를 이용하여 내기를 건다. 극 중의 파우스트는 박식한 학자로 자신의 영혼과 악마(메피스토펠레스)가 가진 인간의 한계를 넘는 금지된 지식을 교환하는 계약을 맺고, 파우스트의 영혼은 악마(메피스토)의 소유가 되며, 영원히 저주를 받게 된다. 즉, 파우스트(Faust)와 형용사인 파우스 피아(Faustian)는 야심적인 사람이 한정된 기간 동안 권력과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도덕적 청렴성을 포기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했다. 극 중 파우스트는 괴테를 말하기도 한다.

 

이 소설 ‘파우스터’는 악마(메피스토)의 존재보다 인간의 내면에 깃든 탐욕과 욕망이 더 악마 같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소설 곳곳에는 같은 의미의 괴테의 파우스트를 언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고, 소설이 주는 주된 의미를 상기시켜주고 있다. 세상이 좋아지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가지는 한계에 더 많은 욕망과 욕심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악마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팔고 얻은 젊음으로 사랑을 하고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얻는다고 자신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파우스트, 자신의 영혼은 추악한 악마 메피스토에게 있다는 것이기에…

 

인간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발하는 빛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언제나 개인의 자유의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모든 자유로운 의지와 판단은 자신의 가치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이 맞을 것이다.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삶, 오늘도 내 의지로 살아간다.

 

 

 


 

 

 
파우스터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김호연의 네 번째 장편소설 『파우스터』. ‘파우스터’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묵시록적인 조종과 감시, 젊음과 노욕이 충돌하는 현실을 은유하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장편 엔터테인먼트 스릴러다. 노인들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면 각자가 원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선택해 그들의 인생을 조종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회. 이들의 관계는 파우스터와 메피스토 시스템이라는 지하시장에서 거래된다. 누군가를 감시하고 조종하는 것을 즐기는 늙은 권력자의 욕망은 끝까지 활활 타오르고, 이에 맞서는 청년의 저항 또한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저자
김호연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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