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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나인' 어른들의 목소리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가는 용기있는 친구들의 이야기

kimdirector 2024. 11. 4. 08:03 

 

 

 

 

 

 

 

나인

저 천선란 · 2021.11.05 · 창비 · 한국소설

2024.10.23 ~ 11.01 · 9시간 22분

 

 

 

 

 

 

 

 

 

 

 

 

 

나에게는 다소 익숙지 않는 작가 ‘천선란’이지만, 한편에는 늘 두 권의 소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닮았다고 하면 믿을까? 지금 와서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미안한 마음에 오랫동안 묻혀 두었던 ‘나인’을 꺼내 들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인지 책 읽기가 쉽지 않은 계절이 될 듯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경험을 맛보았다. 이해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활자들을 눈에 담는 것 같이 아무런 의미 없이 읽게 되는 것이 싫어서 책 읽기를 잠시 쉬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책을 멀리 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다시 책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꺼내 든 책이 천선란의 ‘나인’이 되었다.

 

천선란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어떤 느낌인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작가이기도 하지만, 인기 작가임은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그의 소설에 흥미를 가지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처음 읽을 때는 청소년 시기를 다루는 성장소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읽어 갈수록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소설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주된 내용에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한 학생이 죽임을 당하고 살인을 하는 학생의 아버지인 교회 목사는 권력을 이용하여 시체를 유기하고 사건을 덮으며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받치고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는 모습에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들춰내는 내용을 주된 이야기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나인’은 우연히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죽은 박원우라는 학생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인’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도 책 속에 등장하는데, 지모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인 ‘나인’의 이모이지만, 실제로는 나인을 있게 만든 외계인이다. 손가락 끝에서 새싹이 돋아나 정성을 들여 가꾸면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인데, 다 죽고 마지막 아홉 번째인 자신만 살아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나인은 친한 친구 미래와 현재와 같은 인간으로 알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뜻밖의 능력과 자신이 누브족이라는 것, 멸망위기의 행성에서 지구로 탈출한 외계인의 자손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겪게 되는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의 시간들을 이렇게 작가 사유적 상상력으로 키워 낸 소설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할 수 있을 듯하다.

 

책 속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살인사건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인간들 속에 외계인이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또한, 멸망위기에 있는 행성에서 지구로 탈출하는 외계인인 누브족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기에 접어든 세 명의 친구들에 의해 진행된다. 다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은 살인사건으로 전개되다 보니 다른 부분은 크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것과 주인공인만 가지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면서 진행되다 보니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도와 연계성에서 다소 복잡한 면도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으로 사건의 연계성과 인물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도 이야기의 흐름에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좋은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2년 전에 죽은 박원우라는 학교 선배의 아버지를 평범한 학생인 나인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는 가출한 줄로만 알고 실종된 아들인 박원우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동네 곳곳에 붙이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된다. 모두에게 잊혔던 박원우의 실종 사건은 그렇게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을 때, 나인이 원우 선배는 죽임을 당한 사실을 식물과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되고, 원우 학생의 친구인 권도현을 의심하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간다. 권현도의 아버지는 교회 목사로 아들이 친구인 원우를 죽였다고 고백하니 아들 걱정보다는 교회 목사로서의 지위가 위태로울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유명한 학원 원장으로 아들이 원우와 친구인 것을 싫어한다. 아들보다 원우가 더 공부를 잘하고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들이 그런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고 학교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원우를 나쁜 학생으로 몰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세 명의 친구인 나인, 현재와 미래가 중심이 되어 두 달 정도의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고 차분하게 흘러 가지만, 사건을 알아 가면서 느껴지는 긴박함, 절박함 같은 느낌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도에 따라서 많은 갈등과 고민, 그리고 고뇌가 느껴지는 것에는 깊이 있는 모습에서 인상적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다. 읽는 재미가 있는, 그리고 담백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마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는 느낌이 든다. 또한 단순하게 보면 외계인인 주인공의 능력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잘못을 저지는 어른들의 비겁함과 배타심,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특권을 이용하여 누리는 권력을 휘두르는 어른들의 모습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질문을 돌직구처럼 던지기보다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천선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책인 ‘천 개의 파랑’도 읽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언제 읽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 작가 ‘천선란’이라는 이름 석자는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차분하게 다음 소설을 고대하게 되는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끝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천선란'의 작가의 말>의 서두에 소개하는 글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여 소개한다.

 

 


 

인상적인 문장

뒤틀린 어른이 뒤틀린 아이를 만들고, 아이가 자라 뒤틀린 어른이 되어 다시 뒤틀린 아이를 만드는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온전한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 되기 전에, 상처와 슬픔이 무기가 되어 다른 출혈을 일으키는 세상으로 향하지 않도록. 그런 마음으로 썼다. <천선란-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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