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것들을 눈에 담으며 걷습니다.

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달의 아이' 재난이 닥쳤을 때, 비로소 가족이라는 의미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kimdirector 2024. 11. 11. 08:01 

 

 

 

 

 

 

달의 아이

저 최윤석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30일 · 한국소설

2024.11.04 ~ 11.08 · 06시간 23분

 

 

 

 

 

 

 

 

 

 

 

 

다수의 유명한 드라마의 연출을 맡아서 그런지 소설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최윤석 작가가 아닌가 여길 만큼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대다수의 독자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스토리의 짜임새가 너무 좋은 소설로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련히 떠오르는 감동도 느낄 수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느낌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주는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특히나 책 표지가 인상적이지 않나 생각도 해 본다.

 

소설 속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인 2035년,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불어닥친 재난이 시작된다. 슈퍼문이 뜨는 저녁 이후에는 커진 달의 자기장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달로 날아가는 기현상으로 이를 두고 책 속에는 ‘에비에이션’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겪게 되는 참담함과 암담함을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고, 특히 등장인물 중에서 정아라는 인물이 주는 의미는 조금 더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달로 날아 간 아이를 찾기 위한 엄마로서 가지는 다양한 감정 표현과 묘사가 극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려내면서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의미 있게 전달하고 있다.

 

달로 날아간 아이들을 되찾겠다는 부모의 의지가 강한 주인공이 그들인데, 전체 스토리 안에는 두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된 내용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정아와 상혁의 가족과 해준의 가족이 그들이다. 또한 가족에게 다양한 복선을 깔고 있어서 극의 흐름이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되지 않을 듯하다.

 

첫 번째 가족인 정아와 상혁은 어렵게 얻은 딸, 수진의 생일날 밤에 슈퍼문이 뜨는 것을 보기 위해 집 근처 공원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정아는 딸의 손을 놓는 순간 몸무게가 가벼운 딸은 하늘로 떠오르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주변의 많은 아이들에게도 같은 현상으로 인해 부모에게서 떨어져 하늘로 떠오르며 공원 주변에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때부터 정아와 상혁은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지만 찾을 길이 없다. 특히 정아는 달로 날아간 딸은 분명히 살아 있다는 믿음 하나로 식음을 전패한 채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애처롭게 바라보게 된다. 반면 상혁은 딸은 이미 죽었으니 이제는 살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결국에는 자신도 버티지 못하고 정아와 이혼을 하게 되고, 정아는 딸을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가게 된다.

 

또 다른 가족인 해준이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으면서 아버지를 극도로 혐오하고 복수를 하기 위한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아빠로 등장한다. 역시 달로 떠나보낸 아들을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해준은 기자 출신으로 아버지와의 갈등과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아버지 운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총리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등장인물로 차기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과거 미국의 NASA에서 근무한 과학자로 이미 오래전부터 달이 커지고 지구에 엄청난 재난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에게 외면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논문처럼 달이 커지는 현상이 현실화되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비밀리에 연구를 계속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게 된다.

 

국무총리 운택은 어렸을 때, 버린 아들 해준을 잊지 않았으며, 자신의 아들인 해준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손자들에게 아낌없이 주게 된다. 그리고 해준은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오해를 풀게 되고, 강원도에 지하 도시를 건설한 아버지의 덕분으로 그 속에서 살게 되는 혜택을 누리게 되지만, 결국 달로 날아간 아들을 찾아오겠다는 신념으로 그곳에서 나와 서울로 향하게 된다.

 

아주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과학의 발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달로 날아간 아이들을 데려 오기 위해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있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탐사선을 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우주로 날아오른 뒤, 다시 복귀하는 모습은 가장 최근에 스페이스 엑스였던가 하는 것으로 기억되는데, 발사체가 다시 귀환하는 영상을 보고 벅찬 감정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2035년쯤 되면 그런 일들이 일상이 되는 모습을 책 속에서 볼 수 있다. 죽었든 살아 있든 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귀환하는 모습이 있고, 수시로 탐사선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소설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수단이 엿볼 수 있다. 특히, ‘에피모’라는 단체가 있다. 에비에이션 피해자 모임으로 달로 날아간 아이들을 찾기 위한 모임으로 하루빨리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거나 탐사선을 보내 달라는 요구를 한다. 특히, 모임 속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재난 속에서도 상황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이 있고 이권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 특히, 아이를 키워 보지 못한 핏줄만 부모인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부에서 주는 재난 지원금을 받아 가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에피모’는 세상 속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이는 현실 속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또한 종교단체도 등장하는데, 재난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종교단체 신자들은 신을 버려서 생기는 것으로 신의 믿음을 강요하거나 신이 아이들을 데려갔다고 하거나 죄인을 신이 데려갔다는 식의 논리를 들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특히 정아는 엄마를 따라 교회에 나가게 되는데 안정을 찾아 가는가 싶지만, 결국 목사의 말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부려 교회에서 쫓겨나게 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특정 종교단체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부분일 듯싶은 부분은 바로 정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점이다. 분명 국가 비상사태 또는 국가 재난이 일어난다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국가나 정부라면 어떠한 논리와 법을 앞세우기 전에 국민을 살리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의 대통령은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난감해하고 재난이 발생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정치적 논리 또는 다른 국가의 선택에 따라 눈치를 보는 대통령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임기 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통령은 그런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모든 책임과 권한을 국무총리인 운택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력한 대통령이다. 아 한 일은 있었다. 달에 핵 미사일을 발사해서 달의 크기를 줄이는 방안으로 아프리카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인데 핵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시급을 다투는 일로 더 이상 탐사선을 보내면 안 된다는 문서에 사인을 하는 일을 했다.

 

반면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잃어버리게 되면 나는 과연 주인공인 정아와 해준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내 아이들은 소중하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인지, 어떤 것이 옮은 일인지는 모를 일이다.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도 했다. 등장하는 주인공인 정아와 해준이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코 끝이 훌쩍이는 부분들도 있다. 부모라면 저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너무 극한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야 하는 마음도 생기겠지만, 분명한 건 나도 어엿한 부모이기에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아픔이 나에게도 크나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특히 피날레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은 아련한 느낌의 여운을 남기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조금 더 극적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해 봐서 그런지 주절주절 떠든 글이 된 것 같다.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