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아산에서 쌀국숫집을 개업했습니다.
2024년 11월 15일, 아산 근처 ‘마음 쌀국수’에서
아산에서 동생이 집 근처에 쌀국숫집을 개업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동생의 처, 제수씨가 운영하는 쌀국숫집입니다. 추석 즈음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지난주에 개업을 하고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업식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 와이프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아산은 동생네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회사도 그쪽이기도 하고 이산으로 이사간지는 벌써 20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잘 장착하여 열심히 살고 있는 동생네 가족입니다. 조금은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한적한 시골 느낌이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쌀국숫집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아산역도 처음 가 보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열차를 타고 가는 느낌이 조금은 새롭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새마을호 열차를, 올라오는 길에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왔습니다. 아직도 운영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학교 다닐 때, MT를 갈 때, 무궁화호 열차를 타 본 이후로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열차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격도 생각만큼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더군요. 요즘도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많이 타고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습니다. 내려가고 오는 길에는 잠시나마 옛 추억을 떠올려 보며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다닌 젊었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아산역에 도착하고 보니 주변에 아파트 공사현장이 많더군요. 역 주변 풍경이 서울과 비슷한 환경처럼 보여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20여분 정도인데 역 주변에서 벗어나니 보인 창 너머 풍경은 여느 시골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이 시골 풍경의 운치를 더한 모습이라서 오랜만에 도시에서 벗어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한 향이 차 창을 넘어 느껴 보게 됩니다. 아마 도시에서의 생활 속에서는 느껴 보지 못한 풍경과 시골의 멋을 느껴보니 기분마저 새로워지는 느낌, 심장이 왠지 모르게 깨끗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이려니 생각해 봅니다.
도착한 쌀국숫집에는 동생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조금은 한산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큰 도시에서 개업한 게 아닌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고,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상점이 있기는 하지만, 많지 않은 모습에 그리고 근처에는 공장이 많이 있다 보니 주 고객이 근처에 있는 노동자들과 아파트 주민들이 대상인 듯합니다. 테이블은 7개 정도였고, 내부 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한 것 같습니다. 쌀국수는 단품으로 3가지 정도와 새우튀김 2가지 정도만 팔고 있습니다. 새우튀김은 토요일에만 한다네요. 아무래도 제수씨 혼자 운영하다 보니 일손 부족으로 인한 궁여지책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은 동생의 장모님이 도와주시고 계시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쌀국수는 가끔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다니며 먹으려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동생은 직장을 다녀야 하는 관계로 평일에는 도와주기가 쉽지 않고, 제수씨 홀로 운영하기도 하지만, 육수와 고기, 그리고 면과 튀김 등을 새벽부터 직접 준비하고 만든다고 하더군요. 열의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만든 음식인 만큼 맛도 좋았습니다. 와이프는 양지쌀국수, 저는 양지깐양쌀국수를 그리고 왕새우튀김과 누드새우튀김을 주문했는데,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특히 소 내장인 깐양 같은 경우에는 잘못하면 냄새가 나거나 질길 수 있는데, 식감이 부드럽고 잘 씹혀서 이런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잘 된 것 같습니다. 면발도 조금은 굵고 납작한 면발이었는데, 잘 삶아져서 부드럽고 식감도 적당했습니다. 새우도 크고 살이 통통했고 튀김가루도 적당히 바삭하고 맛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린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버려한 듯한 음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네요.
추석 때 본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동생네 부부였지만, 장사에 방해되지 않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도 빌어 봅니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 기차 시간에 맞춰 아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내려올 때는 하늘이 맑아서 좋았는데,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먹구름이 끼고 있어서 곧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었는데, 다행히 집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맞지 않았습니다. 아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호두과자를 한 봉지 사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어 봅니다. 잠깐의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차에 오르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곤한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어느새 영등포역에 도착했더군요.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 동안,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은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멀지 않더라도 가끔은 도시에서 벗어나 기차를 타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이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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