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고등어' 치열했던 80년대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고난의 세월과 그 속에 숨어 있던 진실된 사랑 이야기

kimdirector 2025. 2. 20. 08:02 

 

 

 

 

고등어

 

저 공지영 · 해냄 · 2017.09.10 · 한국소설

 

2025.02.15 ~ 02.18 · 06시간 16분

 

 

 

 

 


 

 

 

 

 

리뷰 글 중에서 찾아보면 이미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쓴 글들을 볼 수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터라 제대로 된 기억이 없는 경우가 있고, 기억이 왜곡되어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아마도 책의 내용을 읽기보다는 활자를 읽는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때문인지 ‘고등어’를 읽은 기억이 있지만, 제대로 된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경우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줄거리까지는 아니지만 작가가 ‘공지영’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은 것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싶은 소설이다. 만약에 리뷰 글 중에 이 소설에 대한 글이 있었다면 읽었었다는 생각과 함께 어렴풋이 기억은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번 읽어 보기로 했고, 잊지 않기 위해 리뷰 글을 남긴다.

 

책을 좋아하고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는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고 다수의 작품으로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2014년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2위, 2019년에는 3위에 오를 만큼 인기 작가로 알려져 명성을 쌓고 있는 작가이다. 또한, 2011년에는 ‘맨발로 글목을 돌다’라는 소설로 제3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맞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공지영 작가의 책들을 보면 귀결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있고, 우리나라의 사회 속에서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페미니즘을 소설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예전에 했던 각종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들에 논란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지영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모든 책들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소설 속에도 종교적인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그런 것들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고등어’는 1994년에 출간된 소설로 대한민국의 암울했던 시기였던 80년대의 민주화 운동, 그리고 노동운동으로 인한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로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90년대 중반에 와서 과거인 80년대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과거 속에서 운동권이었던 동료이자 동지였던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현재 시점에서 살아가는 옛 동지들의 이야기들이 잘 버무려지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전체 이야기의 핵심은 80년대 대학생이면서 노동운동을 함께한 동료였지만 연인 관계로 발전한 명우와 은림은 불륜이라는 현실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 과거 속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이 맥락은 소설의 끄트머리에 까지 이르게 된다. 명우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늘 과거 속에 묻혀 사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인지 연숙과의 이혼과 여경과의 관계는 늘 적극적이지 못한 채 무미건조한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이어지게 된다.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있다. 30대 초반의 남자로 등장하는 ‘명우’는 부르주아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며 살아가는 작가로 등장하며, 대학생이었던 80년대에 운동권에 심취해 있었던 인물이다. ‘은림’은 30대 초반의 여자로 80년대에 운동권에서 열심히 투쟁을 했던 인물로 ‘건섭’과 결혼한 유부녀이지만, 약대생이었던 당시, 명우와 연인 관계에 있었지만 불륜관계에 있었고, 세월이 흘러 현재의 모습은 폐렴에 걸린 초라한 모습에 직업도 없이 홀로 떠돌다 명우 앞에 다시 나타난다. 명우와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연숙’은 자신이 이혼한 이유가 은림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경’은 26살이 되는 현재 미대를 졸업하고 명우의 연인관계이지만, 명우의 옛 연인이었던 ‘은림’이 나타나면서 명우와 갈등을 겪게 되지만, 화실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생활력이 강하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현대적인 여자로 등장한다.

 

‘고등어’의 구성은 전체 13장으로 구성된 소설로 각 장의 첫 부분은 '은림의 유고일기'로 시작되고 현재 시점에서 일어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명우와 은림이 헤어지고 난 직후부터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시점, 은림은 병들고 초라한 모습으로 명우 앞에 나타나면서 전개된다. 그때부터 명우와 은림의 관계, 연숙의 관계, 여경의 관계도가 그려지며 극의 중심이 된다. 또한, 극의 흐름이 바뀌는 몇 가지 장면이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오랜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명우에게 은림이 나타나는 장면과 명우의 오피스텔에서 은림과 연숙, 그리고 여경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 그리고 명우가 은림이 살고 있는 단칸방 집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 명우와 은림의 관계가 회복되어 같이 낚시하고 돌아온 후에 은림이 병원으로 이송되어 입원하게 되는 장면이 전체 극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면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제목이 '고등어'인 까닭이 궁금했었는데 극의 중 후반을 넘어 가면서 알 수 있게 된다. 명우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여경한테 하는 장면에서 어촌에서 살면서 보았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마치 자신의 처지를 고려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지영 작가도 후기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 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 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중략>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명우가 여경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는 장면>

 

또한, 위에서 잠깐씩 언급했던 80년대의 아픈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들이 90년대로 넘어 오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노동운동으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은림의 남편 ‘건섭’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고, 은림의 오빠인 ‘은철’은 오랜 고문으로 정신이 미쳐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살아가게 되고, 은림, 자신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감시를 받아 온 세월들로 인해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분신으로 자신의 동생을 잃은 경식이 이야기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아픈 상처들이 치유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게 보인다. 이렇듯 80년대의 젊은이들이 가져야만 했던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해 온몸으로 싸워야 했던 순간순간들의 이야기들은 자신의 아픔과 절망이기보다는 그 시대에 당연시되어 왔던 사랑도 꿈도 희망도 내 것이 아닌 것이 되어 있다는 생각과 그 당시를 살아왔던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의 아픔이 연장선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로 인해 그들이 살아온 삶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상처의 아픔이 무뎌져 아픈지도 모르고 그렇게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닌지…

 

나로서도 이들에게 봄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인상적인 문장

 

'어쩌면 안개 낀 밤보다 더 뿌연 일이리라.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한치의 앞조차도 보여 주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안개 낀 밤보다 그러니까 더 지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명우의 생각>

 

'이건 형한테만 알려 주는 비밀인데, 난 여름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아무 여름날이라고 내가 다 좋아하는 건 아니구. 그러니까 이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어야 해. 첫째로 기온이 아주 높고 뭉게구름 피어나는 하늘이 파란 건조한 날씨에, 둘째로 바람이 아주 많이 불고, 셋째로 키가 큰 나무의 나뭇잎들이 햇볕에 반짝이며 팔랑거려야 해요. 그러면 나는 살고 싶어 져요. 내 안에서 어떤 생명력이 막 생겨나는 것만 같거든.'

<명우와 은림의 대화 속에서>

 

'전화도 없는 그의 집에 소식을 알리러 밤길을 달리던 이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가다가 비로 파인 웅덩이 때문에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에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쓰러져 돌아가셨다. 소식을 들은 경식은 짐승처럼 밤새 울부짖었다. 그랬다, 잔인한 시절이었다. 수줍은 청년을, 부끄러워서 형 친구들이 권하는 농주를 마시지 못했던 한 소년을 열사로 만들었던 그런 모진 시절이었다.'

<동생의 죽음을 목도하는 경식의 상황>

 

'아무리 몸부림친대도 회복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은림이 아버지와 오빠와 남편을, 그리고 그의 아이를 잃었듯이, 잃어버린 그들.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것들을 빼앗겼던 사람들. 잃어버린 그들 아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그는 갑자기 느껴 버린다. 그러자 그는 찬바람 속에서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뜨거운 소주의 취기를 느낀다.'

<명우와 경식의 대화 속에서>

 

'어쩌면 사랑을 한다는 일이, 산다는 일이 사실은 훨씬 더 삼류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은 삼류 소설 속에 구질구질한 삶의 실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 진실들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산다는 것은 일류 소설들처럼 정제되고 억제되고 그리고 구성이 뚜렷하며 인과 관계가 확실한 한 편의 드라마는 아닌 것이다.'

<명우와 여경의 대화 속에서>

 

'대체 무엇이 그들을 아직도 '시대착오적으로' '불화'하게 하는지, 대체 어쩌자고 이다지도 이 변화에 적응도 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쩌자고 이 밤에 일어나 그들을 생각하고만 있는 건지. 사실은 이 모든 게 한심했고, 한심했지만 나는 울컥 그들이 보고 싶었다. 그간 썼던 글들을 모두 지우고 이 소설을 시작한 것은 그날 이후부터였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 역시 한때 그들과 함께 넉넉한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희망으로 온몸을 떨던 등이 푸른 자유였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등이 푸른 자유를 포기할 만큼 소금에 절여져 있지는 않았으니까.'

<작가후기에서>

 

 


 

 

 

 
고등어
이른바 ‘80년대 운동권’의 이야기를 90년대 중반의 시점에서 돌아보고 있는『고등어』는,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인물들이 가진 진정성을 포착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점에서 후일담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6년에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이후 1999년, 2010년에 출판사를 달리해 재출간되면서 출간 이후 지금까지 100쇄 이상 제작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전체 1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각 장은 ‘은림
저자
공지영
출판
해냄출판사
출판일
2017.09.10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