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Review/읽은 것들에 대해서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평범한 삶의 의미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노드라마

kimdirector 2025. 2. 12. 08:01 

 

 

 

 

 

 

콘트라베이스

Der Kontrabass, 1981

 

 

저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역 박종대 · 열린책들

2000.02.29 · 독일소설, 희곡

 

2025.02.11 · 1시간 59분

 

 

 

 

 


 

 

 

 

 

아마 내가 읽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중에서 두 번째 책이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2018년에 읽은 ‘향수, 어느 살인자 이야기’라는 소설인데, 출판 당시 독자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소설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소설이다. 그렇게 작가에 대해서 잊혀질 법도 하지만, 그의 책을 오랜만에 꺼내 읽게 되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조금은 독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가운데 어느 극단에서 희곡을 써달라는 제의로 ‘콘트라베이스’을 쓰게 되었는데, 이 희곡을 통해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콘트라베이스’는 희곡이지만 문학 작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무대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등장해서 자신의 악기인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찬사와 악평을,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소프라노 가수 ‘세라’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격정적으로 관객에게 어필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콘트라베이스의 연주자인 자신에 대한 생각과 음악인으로서 주관적인 입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파고들며 공연에서 콘트라베이스가 필요한 이유와 자신이 다루고 있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주관적인 입장에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답답함과 외로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기에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은 딱 한 사람의 등장인물만 있다. 진짜로 딱 한 사람, 이름도 없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등장한다. 따라서 홀로 독백처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많은 대사를 모두 처리하는 모노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희곡이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한 사람이기에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데, 읽어 내려 갈수록 내가 마치 무대 위에서 연극의 주인공이 된 듯이 읽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읽으면 책에 대한 집중력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생각이다.

 

스토리 자체가 복잡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정도로 단순하다. 다만, 주인공인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음악적 지식이 상당하기에 음악적 용어들과 수많은 음악가들에 대한 지식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읽는 재미가 있는 책으로 주인공 자신의 음악적 소견을 다루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도 특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서 현실에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연주자 지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는데, 다른 악기 연주자보다 적은 비용을 받고 있는 이야기도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와 그런 삶 속에서도 자신이 짝사랑하는 젊은 소프라노 가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세라’라는 젊은 소프라노 가수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습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음악가들과 고급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모습에 진한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자괴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멋지게 연주하여 관심을 받고 싶기도 하고, 다른 악기에 비해 관심을 받을 만큼의 악기가 아니기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공연 중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세라’에게 큰 소리로 가수의 이름을 소리 질러볼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주인공은 공연을 위해 옷을 갈아 있으며, 실행을 해 보기로 다짐을 하며 극은 마무리된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과 이룰 수 없는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특히, 오케스트라 속 콘트라베이스의 역할에 대해서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뇌와 평범한 연주자로서의 삶에 대한 주제 의식을 우리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시민이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고 사랑도 할 수 있기에 좌절과 절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삶 속에서 이어져야 하는 희망적인 모습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극 속에서의 주인공인 평범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마지막에 희망을 품기 위해서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인생의 일반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한 소시민이 그의 작은 활동공간 내에서의 존재를 위한 투쟁을 다룬 소설이다. 고통을 집요하게 승화해내는 세 작가-토마스 베른하르트,크뢰츠,카를 발렌틴의 역량을 혼합했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1993.03.01

 

 

 

 

반응형
이전보기 카테고리 글 더보기